다른 의료는 가능하다_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

작성일 :
2021-04-30
읽음 :
51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_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

김창엽, 이지은, 윤정원, 최원영, 백재중, 백영경 저 | 미디어창비 | 2021. 3. 20

태희원(본원 선임연구위원)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_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한국사회에서 ‘다른 의료’는 가능할까?

아픈 노인을 모시고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 녹초가 된 상태에서 열독한 책이다. 한국은 전체 의료에서 공공부문이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4월 한 달 동안에 나는 몇 곳의 민간의원들을 방문했다. 병원마다 80대 노인 환자에 대해 여러 과의 의사들이 각기 다른 검사를 시행하고 진단했으며 처치를 하고 약을 처방했다. 한 병원에서 감당하기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좀 더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는 통보도 받았다. 그리고 새롭게 옮긴 병원에서는 또다시 각기 다른 검사와 진단, 처치와 처방을 내리는 과정들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질병이나 의료행위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인 보호자는 어떤 검사나 처치를 할 것인지 ‘선택권’을 가질 수 없다. 사실, 의료인이 아닌 비전문가가가 적절한 의료행위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상한 말이다. 그렇지만 병원을 전전하다보니 비전문가 보호자인 내가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병원들에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행해야 할 의료행위와 몸에 더 좋을 것이라는 이유로 권유하는 선택적 의료행위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환자의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으로 보기 어려운 ‘의료시장’은 환자(보호자)와 소비자 사이에 혼란을 야기한다. 게다가 이 과정들을 경험하면서 환자 개인의 신체/정신에 대하여 통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진득하게’ 경과를 지켜보며 의료적인 진단과 치료를 하는 ‘주치의’는 만날 수가 없었다.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_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이 책은 초보 보호자로서 내가 경험한 혼란스러움을 야기하는 한국의료의 구조적인 상황과 문제들을 여러 전문가들이 구술로 전달해준다. 제주대학교 백영경 교수가 의사, 간호사, 연구자 등 비시장적 의료를 지향하는 여러 전문가들과 대담을 진행하고 책으로 엮었다. 저자들은 자칫 현재 한국의 의료를 신자유주의적인 시장 논리라는 쉬운 판단으로 뭉뚱그려 단정하지 않도록, 한국 의료시장의 역사적 배경과 정책, 제도들, 시장 주체들에 대하여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세심하게 풀어놓는다. 저자들은 공공의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민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존엄을 지켜가며 아프고 나이 들어가고 삶을 마감하는 장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크고 작은 지식들에 대해서도 함께 말한다. 이 책이 ‘다른 의료’를 모색하는 진지하고 구체적인 논의이면서, 삶과 질병, 나이듦, 죽음에 대하여 ‘다르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이유이다.

 

 

TOP